목사님 안녕하세요.
👤 익명 📅 2014-06-16 00:16 👁 24
긴 고민과 외로움 끝에 글을 남깁니다.
한동안 상담도 받았고 빅토리에도 함께했던 김설혜예요.

제대로 된 예배를 드리지 못한 지 일 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빅토리가 그립기도 해요.
자주 생각이 났는데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목사님, 사실 상담하던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매일매일 죽을 것 같았어도 상담이 잡혀있는 날만 기다리며 살았어요.
빅토리 예배도 많이 그리워요.
삶을 나누던 시간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같이 나누던 식탁과 교제, 그 안의 단란한 분위기.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온누리교회도 가보고, 최근엔 괜히 성당도 가보고, 예비신자 교리반에도 들어가보고...
학교는 휴학한 지 일년이 되어가고 복학할 마음은 없고요.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이래요.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자고 하는데 일주일 약 먹고 다시 안 갔어요.
검사만 40만원이 들었고 첫 진료, 검사, 진단 받느라 일주일에 한 번씩 왕복 두시간 반이 걸리는 병원을 세 번을 갔는데 결과는 우울증이래요.
그거 듣자고 병원 간 거 아닌데 허망했어요.
약 먹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병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갔어요.

요새는 연극치료를 해요.
여러 모로 어렵지만, 제법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살고 싶지 않은 건 똑같습니다.

자해는 그만둔지 두어 달 된 것 같아요.
팔다리에 아직 흉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내놓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 안 쓰길래, 그냥 내놓고 다녀요.
그래도 아직도 자꾸자꾸 생각나고 하고 싶어요.
칼로 그어서 죽어버리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그 느낌이 자꾸 생각이 나네요.
어디서 자해도 중독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 것 같다 싶어요.

수면유도제는 여전히 먹고 있어요.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더라구요.

엄마 아빠가 많이 밉고 원망스러워요.
저번에 엄마의 통화 내용을 어쩌다가 듣게 됐는데, 제 우울증의 원인이 어린 시절 왕따당하던 경험과 더불어 기질적으로 여린 제 성격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외사촌동생의 우울증은 외숙모가 아이를 너무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줘서 그런 거라고 하시던 엄마가요.
근데 저는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모르겠어요.
엄마 때문이라고 아빠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 제가 너무 못된 것 같아요.
나 때문이 맞는 것도 같아요.
나처럼 큰 모든 아이들이 다 나같은 건 아니니까...

나이는 스물여섯에 아직 남자친구도 없고 학교는 졸업하려면 5학기도 넘게 남았어요.
막막하고 외로운 밤입니다.
매일매일 괜찮은 척 하고, 실제로 평소에는 괜찮아요.
하루종일 같이 지내는 엄마도, 병원에서 선생님이 특별히 제 상태에 대해 더 하실 말이 있냐고 물었을 때 딱히 잘 모르겠다고 하실 정도셨으니까요.
오늘따라 눈물이 많이 나고 답답하네요.

목사님, 빅토리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가지를 못하겠어요.
뭐가 저를 망설이게 만드는 건지 저도 모르겠어요...

건강하시죠? 빅토리는 여전한가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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