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3. 어린시절 맺은 내면의 계약 - 안전한 환경
👤 정귀례 📅 2013-04-16 00:01 👁 25
가족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성원 모두에게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체계 잡힌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규칙이 분명하고 합리적이며 일관성이 있다면, 그 안에 있는 사람 누구나 자기에게 어떤 행동이 기대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겠지요. 그런 경우에는 안전함, 명료함 같은 감각이 내면화됩니다. 반대로 어떤 규칙이 있기는 있으나 어떤 때에는 그것을 따라야 하고 어떤 때에는 그것을 무시해도 괜찮다면 그 환경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될 것이고, 당연히 그러한 느낌이 내면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관심과 사랑이 충분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그녀가 받은 대부분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일관된 것이었지요. 때때로 메시지가 불분명하거나 원칙에 어긋날 때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왜 그랬는지 물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오후 엘리자베스는 친구 집에 놀러가도 되냐고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안 돼"라고 말해 버렸지요. 자연히 엘리자베스는 기분이 상했습니다. 몇 분 뒤 엄마는 자기가 함부로 말했다는 걸 깨닫고 사과하려고 딸의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친구에게 놀러가도 좋다고 말했지요.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더 화가 났습니다. "나는 엄마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싫어요! 그러면 이래야 할 지 저래야 할 지 헷갈린단 말이에요. 한 번 어떻게 하라고 했으면 계속 그대로 밀고 나가주세요.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면 그렇다고 말해 주시면 되잖아요. 엄마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삐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우선은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해볼게요."
엘리자베스는 엄마가 이랬다저랬다 결정을 번복할 때 자신의 느낌이 어떤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 달라고 엄마에게 요구한 거지요. 부모가 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딸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가 있었습니다

기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관해 당신에게 전달되었던 기대들이 어른이 된 오늘의 당신 모습을 형성하였습니다. 그러한 기대들을 통해 당신은 가족 내에게 어떤 것은 받아들여지고 어떤 것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배울 수 있었지요. 때로는 그러한 기대와 규칙이 너무나 자주 바뀌는 바람에 도대체 어떤 것이 받아들여지고 어떤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아예 감 잡기조차 어려웠을 겁니다. 어제까지는 괜찮았던 것이 오늘은 갑자기 안되는 식으로요.

자신을 돌아보세요
가족이 가지고 있던 규칙과 기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봅시다. 어린아이였을 때 당신은,

* 당신이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까?
*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 추측하느라 그저 시간만 축내고 있지는 않았습니까?
*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바보같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나요?
* 어떤 행동은 괜찮고 어떤 행동은 괜찮지 않은지 헷갈려 하지는 않았습니까?
* 많은 시간 좌절감을 느끼며 지냈습니까?

그리고 어른이 된 뒤에도 당신은 여전히,

*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까?
*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내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됩니까?
* 당신 생각에는 꼭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잘 알지 못해서 스스로가 창피스러워질 때가 있습니까?
* 무엇이 정상이고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혼란을 느낍니까?
* 무엇이 받아들여질 만한 행동인지를 놓고 늘 씨름하며 좌절감을 느낍니까?

당신의 가족이 분명한 기대와 규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아마 당신이 실수하는 것도 배움의 한 과정이라고 이해해 주었을 것이고,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도 당신이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봐 주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당신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게 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개방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당신에게 보낸 메시지가 혼란스러운 것이었다면, 십중팔구 당신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좋을지 몰라 눈치만 살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끝없는 혼란 속에 빠집니다. 그 누구를 대하건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렵고, 그 사람에게 확실하게 말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게 되지요. 잘못 말하지나 않을까, 잘못 행동하지나 않을까 늘 걱정을 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혼란스러워한다는게 남들 앞에 훤히 드러나게 될까봐 두려워하게 됩니다. 당신은 아마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다들 아는데, 난 뭐지? 나만 모르고 있었잖아. 난 정말 지지리도 멍청한 게 틀림없어. 나한테 뭐가 잘못된 걸까?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눈치를 보고 추측하는 것뿐입니다.
어른이 되었지만 당신은 여전히 어린 시절 하던 방식 그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자신한테 뭘 원하는지 찾아내려 끙끙대고, 수없이 추측을 하고,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몰라 전전긍긍하지요. 당신은 모든 일이 조심스러워 몸이 사려집니다. 매일매일이 마치 계란 판 위를 걷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를 창피하게 여깁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쯤에서, 저만 알고 있던 비밀 하나를 여러분께도 알려드려야겠군요. 사실 정답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당신처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걸 알아두세요! 물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은 더 건강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 모르지요. 그러나 당신이 그런 건강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고 해서,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당신에게 좋지 않은 부정적인 메시지들을 계속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이제 당신은 그런 부정적인 메시지들, 그리고 그런 메시지들에 따라 만든 계약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는지 배우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돌아보세요
* 당신이 받은 메시지 중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당신이 받은 메시지 중 건강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당신이 가족 품에서 자라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지금 느끼는 것들이야말로 당신이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지니고 있는 감정들이겠지요. 그러한 감정들은 이미 다 지나간 것들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러한 감정들은 지금도 당신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여전히 영향을 끼칩니다. 잠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일단 깨어나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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