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자식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품고도 진정한 사랑을 몰랐던 엄마
👤 김성호 📅 2013-01-22 12:48 👁 65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사랑에 대한 열정을 가진 엄마와
그 사랑을 끊임없이 밀어내려 했던 어린 아들로 기억됩니다.
엄마의 열정적인 사랑은 정말 집요했으며
거절할 수 없는 쓰나미처럼 내게 파고들었으며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마치 엄청난 죄를 범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넌 하나님의 아들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렇게 이렇게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논리.
엄마가 그런 삶의 길을 강요하면 할수록 그것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러한 삶에서 멀어지는 내 모습을 보며 극심한 죄의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위축되고 삶에 대한 자신감,
나 자신의 현재의 모습이 자꾸만 어리석어 보였고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을 추측과 함께 상상해 보자면
먹고 사는 문제(당시 장사를 하심)와 하나님의 일(교회 일?)에 쉴 틈이 없었던 부모님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나의 기저귀는 항상 젖어 있었고 나의 주변 환경(집안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온 식구의 빨래에 치여 할머니의 손은 마를 날이 없었고
그런 할머니는 마치 세탁기 처럼 묵묵히 빨래만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불쌍한 할머니...그 분을 보며
항상 느끼던 제 감정입니다.돈을 벌기에, 하나님께 인정받는 일에 새벽부터 밤이 늦도록
분주한 삶을 살아야만 했을 부모님의 고충을 헤아릴 수 없었던 나는 항상 부모님의 손길에
목말라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부모님 특히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삶의 문제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충성(?)까지도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슈퍼우먼을 꿈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다 비춰진 엄마의 모습은 슈퍼우먼과는 거리가 너무 먼 삶에 찌든 한 여인일 뿐.
엄마가 돌아오는 시간 쯤엔 사랑에 목말라 하다 지쳐 잠든 아이들만이 있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품고도 진정한 사랑을 몰랐던 엄마는
날 볼 때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스턴트 사랑을 강요하셨고
난 그 사랑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짜증과 힘듦을 표현했고 그런 내 모습은
엄마에게는 하나님의 아들과 거리가 먼 탕자처럼 보여 잔소리 또 잔소리...
엄마는 내게 늘상 "요셉처럼 살라"하셨지만 요셉이 야곱에게 받았던 친절한 사랑, 곧
넌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내 가슴에 심어줄 수 있는 뜨거운 사랑의 경혐을
주지 못했습니다.그리고 자식을 위한 사랑은 급조된 사랑, 즉흥적인 사랑으로 일관했던
엄마! 그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해 보면 마음 한 켠에 고이는 눈물(부모가 돼 보니...)
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집착이었습니다. 준비되지 못한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짧은 시간에 날 완벽한 하나님의 아들이요 유능한 인재로 키워야만 했던 엄마가 선택한
사랑과 교육 방법은 성경을 빙자한 잔소리와 말을 따르지 못하는 아들에게 비난섞인 충고
그것도 약효가 없다 싶으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무말 없이 엄마! 내가 잘못했어! 엄마 내가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간절히 외치는 울부짖음을 무시한 채 한 시간 이상을 이불 속에서 버티시던 아들을 향한 데모(그땐 정말 가장 무서웠던)로 일관했습니다.
엄마는 늘상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아니 하셨지만 내겐 그 사랑이 다가오지 않았고,
넌 귀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하셨지만 진심으로 내가 귀하게 느껴진
경험이 제겐 없었읍니다.
어쩌면 이런 기억들이 수많은 물건들 또는 음식을 대하고서
어떤 것이 귀한 것인지 아님 좋은 것인지 구별하기 보다는 아무거라도 괜찮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앞으로도 비싼 것 값진 것 만이 좋은 것으로
여겨지진 않을 것이지만 내가 정말 귀한 존재라는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바램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열심이 일한 덕분에 먹을 거리 걱정은 없지만 빨래더미 가정,청소되지 않은 가정,
내가 아무리 무엇을 잘한들 봐줄 이 없는 가정보다는
비록 가정 형편이 어려워 온 가족이 끼니를 걱정해도 온 몸으로 날 안으며
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고귀한 존재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엄마였다면 난 무척 귀한
존재라고 성경을 빌어 말하지 않아도 내 가슴 깊이 내가 귀한 존재임을 새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슈퍼우먼이 되길 원하셨던 엄마는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에
우리 앞에서 무능한 아빠를 비난하며 못살겠다고 소리치며 싸우셨으니까요.
새벽부터 하나님과 대화하던(?) 그 입술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하나님의 자녀라고말씀하시던 자식앞에서...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슈퍼맨,슈퍼우먼이 될 순 없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든 인간을 향한 사랑이든
그 사랑에는 희생이 따르나 봅니다. 이를 선택하든 또는 저를 선택하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나의 무엇인가를 희생하지 못하고 이도 저도 얻겠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 아니요,욕심이며 집착이고 교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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