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사람들이 저마다 깊이 아프네요.
그래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기가 힘이 듭니다.
얼굴을 기억하면 힘이 듭니다. 사람이 힘듭니다.
저는 이렇습니다.
목사님.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무지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기쁨이 없는 삶입니다. 전혀 기쁨이 없는 삶을 저는 삽니다.
이렇게도 기쁨이 없을 수 있나 싶습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들어도 웃기질 않습니다.
우울증도 아닌데 이성적으로 멀쩡하게 전혀 기쁘질 않습니다.
실패감.
전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제 안에 이 선언.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가족이 없는 곳에서 혼자 자신을 지키며 산다는 것.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고 난잡하게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집을 나온 이후 한번도 여성과 잠자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음란물을 장시간 봅니다. 일이 끝나는 주말에요.
그리고 매일 자위행위를 합니다. 이건 쾌락을 위해서라기보다 습관인 거 같아요.
극도로 피곤합니다.
인간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맘 열기가 힘이 듭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술이 늘어갑니다.
전혀 마시지 않던 술인데 요즘 술이 늘어갑니다.
목사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쓰레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빅토리교회에도 해로운 사람입니다.
아주 교묘하게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독히도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사람들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인간입니다.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사님.
저는 그런 쓰레기입니다.
도저히 못 버티겠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직장에서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하지 못합니다.
폐쇄적이고 어둡습니다.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학원강사는 엔터테이너여야 하는데 잘 못합니다. 그런거.
토익점수를 960점 맞아서 그 덕에 강사생활 하고 있지만
계속 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저는 그저 폐인일 뿐입니다.
매일 저녁이 너무 힘이 듭니다.
홀로 걸어들어와 홀로 잠들어야 하는 이 절망이 너무 괴롭습니다.
이번 주일에는 둘째와 셋째 아이를 보러 전라도 광주에 내려갑니다.
장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서
제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에 나가질 못할 것 같습니다.
목사님. 저는 다시 아내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 내려놓고 가야하는데 그럴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습니다.
정말 제가 못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